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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콜레스테롤 218, 중성지방 84. 제 최근 혈액검사 수치입니다. 기능의학 전문의 선생님께서 이 수치는 오히려 정상 범주에 가깝다고 하셨는데, 정작 저는 수십 년간 밥과 김치만으로 배를 채워온 식습관이 지금의 제 몸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제야 돌아보고 있습니다. 어릴 적 가난했던 시절, 밥 말고는 먹을 게 없어서 고추장 비빔밥으로 하루를 버티던 그 습관이 고스란히 몸에 쌓였다는 것을 나이 들어서야 깨달았습니다.

밥만 먹고 살던 시절, 혈당은 조용히 오르고 있었다
저희 어린 시절 동네에는 저녁이면 밥을 얻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간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밥에 고추장 비벼 먹는 게 전부였습니다. 쇠고기는 설날과 추석에나 구경했고, 돼지고기도 일 년에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탄수화물이 하루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사 패턴이 몸에 굳었습니다.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됩니다. 포도당이 혈액 속으로 들어오면 췌장에서 인슐린(Insulin)이 분비되는데, 여기서 인슐린이란 혈중 포도당을 근육과 지방세포로 이동시켜 혈당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하루 세 끼, 수십 년 동안 쉬지 않고 반복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흰쌀밥, 수제비, 밀가루 음식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빠르게 올립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 커피나 단 것이 당기는 그 느낌이 바로 혈당이 급격히 오른 뒤 다시 내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반응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그때는 그냥 피곤한 줄만 알았습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원인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 흰쌀밥, 흰빵, 수제비 등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 상승 속도가 빠르다
- 혈당이 빠르게 오르면 인슐린 분비도 그만큼 증가한다
- 식후 졸림·피로·단 음식 욕구는 이 혈당 급등락의 신호일 수 있다
- 한국인의 전통적인 밥 중심 식사는 탄수화물 과다로 이어지기 쉽다
인슐린저항성, 이게 쌓이면 어디로 가는 걸까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오래 지속되면 인슐린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인슐린저항성이란 인슐린은 충분히 분비되는데 몸의 세포들이 그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열쇠(인슐린)는 있는데 자물쇠(세포 수용체)가 잘 안 열리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제2형 당뇨병(Type 2 Diabetes)과의 연관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탄수화물만 먹는다고 바로 당뇨병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체중, 운동량, 유전적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엔 수십 년간 밥 중심의 고탄수화물 식사에 운동까지 불규칙했으니, 지금 와서 돌아보면 몸에 부담을 줬던 건 분명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유리당 섭취를 총 에너지의 10%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탄산음료 한 캔에만 당류가 30~40g 가까이 들어있다는 걸 생각하면, 음료 하나로 하루 권고량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달달한 커피와 음료를 물처럼 마셨는데, 그 습관이 얼마나 혈당과 인슐린에 부담을 줬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복부지방과 중성지방, 숫자가 말해주는 것
제 중성지방 수치는 84입니다. 다행히 정상 범위 안에 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탄수화물 위주로 먹어왔으면 더 높을 줄 알았거든요. 그러면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제 식습관이 복부지방에는 얼마나 영향을 줬을까 하고요.
중성지방(Triglyceride)이란 혈액 속에 떠다니는 지방의 한 형태로, 탄수화물과 당류를 과잉 섭취했을 때 간에서 합성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중성지방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상지질혈증이란 혈중 지질 성분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를 말합니다. 심혈관 질환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복부지방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군살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대사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체중계 숫자보다 허리둘레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제 경험상 이제야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복부비만의 기준은 남성 허리둘레 90cm, 여성 85cm 이상입니다(출처: 한국영양학회).
지방간(Fatty Liver)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방간이란 간세포 안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상태로, 과도한 당류와 칼로리 섭취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나 시럽이 잔뜩 든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간 건강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식사로 바꾼다는 것, 실제로 어떻게 했나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시도해봤는데, 며칠 못 가서 포기했습니다. 한국 사람한테 밥 없이 살라는 건 너무 가혹한 요구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끊는 게 아니라 대체하는 쪽으로요.
흰쌀밥을 잡곡밥이나 현미밥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식이섬유(Dietary Fiber)가 풍부한 통곡물은 소화·흡수 속도가 느려 혈당을 완만하게 올립니다. 여기서 식이섬유란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는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장 건강을 돕고 식후 혈당 급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흰쌀밥에는 이 식이섬유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신경 쓴 건 식사 구성 비율입니다. 예전엔 밥 한 공기가 접시의 절반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채소를 절반 이상 채우고 달걀, 두부, 생선 같은 단백질을 먼저 고려합니다. 식사 순서도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바꿨더니 식후에 졸립고 다시 배고픈 주기가 확실히 길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체감이 됩니다.
음료도 바꿨습니다. 달달한 커피 대신 아메리카노나 물로. 이게 의외로 가장 쉬운 변화였는데, 효과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 밥부터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음료와 간식의 당류를 먼저 줄이는 게 훨씬 체감이 빠르다고 봅니다.
- 흰쌀밥 → 현미·잡곡밥으로 대체 (식이섬유 보충)
- 달달한 음료 → 물·아메리카노로 교체 (숨겨진 당류 차단)
- 식사 순서: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 준수
- 접시 구성: 채소 1/2, 단백질 1/4, 탄수화물 1/4 비율 목표
- 간식은 과자 대신 견과류 소량 또는 무가당 요거트
자주 묻는 질문
Q.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는 건 무조건 나쁜 건가요?
A. 식후 혈당이 오르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생리 반응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높이 오르느냐입니다. 정제 탄수화물보다 채소·단백질과 함께 먹는 잡곡밥이 훨씬 완만한 혈당 곡선을 만듭니다. 식사의 구성과 순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면 무기력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나요?
A. 처음 며칠간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는 게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로 대체하는 방식이라면 대부분 적응이 됩니다. 오히려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것이 줄어들면서 오후 시간대 집중력이 더 유지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인슐린저항성이 생기면 어떤 증상으로 알 수 있나요?
A.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후 심한 졸음, 이유 없는 피로, 복부지방 증가, 혈당 수치의 경계선상 유지 등이 간접적인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확인은 공복혈당이나 인슐린 관련 혈액검사를 통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밥 대신 고구마나 감자로 바꾸는 게 더 좋은가요?
A. 고구마와 감자는 흰쌀밥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포만감이 높아 좋은 대안이 됩니다. 다만 이것들도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양 조절은 필요합니다. 매끼 흰밥 한 공기를 고구마 반 개로 대체하는 식의 점진적인 접근이 지속 가능성 면에서 현실적입니다.
결론
가난했던 시절의 식습관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먹을 게 밥밖에 없던 시절을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예전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게으름이라는 걸 나이 들면서 알게 됐습니다.
탄수화물을 끊는 게 답이 아닙니다. 탄수화물의 종류를 바꾸고, 양을 조절하고, 함께 먹는 음식의 구성을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더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요즘 들어 강하게 듭니다. 혈당관리와 인슐린저항성 예방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매끼 작은 선택들이 쌓이는 과정입니다. 저도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