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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이 흠뻑 젖을 만큼 하혈을 한 날이 있었습니다. 그냥 "원래 생리량이 많은 체질인가 보다" 하고 넘겼던 게 수십 년이었습니다. 자궁근종은 그렇게 조용히, 오랫동안 제 몸속에 있었습니다. 양성종양이라 암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삶의 질을 무너뜨린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월경과다와 빈혈,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생리량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자궁근종 때문이라고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피덩어리가 크게 나오는 날이 잦아지고, 일반 생리대로는 감당이 안 돼서 아기용 기저귀를 깔고 잘 정도였습니다. 헌혈을 하러 갔다가 매번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때도, "그냥 내 혈액형이 안 맞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전형적인 철결핍성 빈혈 증상이었습니다. 여기서 철결핍성 빈혈이란, 과다출혈로 인해 체내 철분이 지속적으로 손실되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부족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지럼증, 쉽게 지치는 느낌, 숨이 차는 증상이 이 상태에서 나타납니다.

그러다 40대에 접어들면서 한 달 내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일이 생겼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대학병원 산부인과 문을 두드렸습니다. 7일간 입원을 하면서 비로소 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습니다. 같은 병실에는 자궁암 환자도 있었고, 자궁 평활근종(leiomyoma), 즉 자궁 근육층에서 발생한 양성 종양 환자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자궁 평활근종이란 자궁을 구성하는 평활근 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덩어리를 말하는데, 악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암과 구별됩니다. 입원 기간 동안 가족의 온도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의 환자는 보살핌을 받고, 그렇지 않은 집의 환자는 눈칫밥을 먹는 현실이 병실 안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습니다. 병이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회복은 환경이 가린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출처: ACOG(미국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자궁근종은 30~40대 여성에게 특히 흔하게 발견되며, 가족력도 위험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궁근종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이 하나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여성호르몬이 근종의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에스트로겐이란 여성의 생식기능과 관련된 대표적인 성호르몬으로, 과다하게 분비되거나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근종 세포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폐경이 되면 이 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근종이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다음은 병원에 가야 한다는 신호를 놓치기 쉬운 증상들입니다.

  • 생리량이 갑자기 또는 서서히 늘어났다
  • 큰 혈덩어리가 자주 나온다
  • 생리기간이 7일을 넘기는 일이 반복된다
  • 헌혈 시 부적합 판정이 반복된다
  • 어지럽고 쉽게 지치며 숨이 찬 느낌이 있다
  • 골반이나 아랫배가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 든다
요약: 월경과다와 반복되는 빈혈은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니라 자궁근종의 핵심 신호일 수 있으며, 40대라면 특히 산부인과 초음파 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과 치료, 그리고 생활관리에 대한 제 생각

제가 직접 겪어보니, 치료를 결정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자궁을 통째로 들어내는 자궁적출술을 권했습니다. 여기서 자궁적출술이란 자궁 전체를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수술로, 근종이 재발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지만, 이후 임신이 불가능해집니다. 저는 그 선택을 거부하고, 자궁경이 아닌 복강경을 통해 나팔관 한쪽만 묶는 방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복강경 수술이란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카메라와 기구를 넣어 시행하는 최소침습 수술 방법을 말합니다.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작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술 이후에는 그 많던 생리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몇 년 뒤 자연스럽게 폐경을 맞이했습니다.

치료 방식에 대해서는 "자궁을 보존해야 한다"는 시각과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적출이 낫다"는 시각이 늘 충돌합니다. 저는 나팔관을 묶는 쪽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만족했지만, 이 선택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닐 것입니다. 근종의 위치, 크기, 개수, 그리고 임신 계획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NICE(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소)도 자궁강을 변형시키는 점막하근종의 경우 자궁경을 이용한 근종 제거를 우선 검토하도록 권고하는데, 이처럼 근종의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접근 방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점막하근종이란 자궁 안쪽 내막 가까이 생긴 근종으로, 작아도 생리 이상과 임신 관련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폐경 이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폐경이 오면 근종 문제는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안정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무릎 통증과 갱년기 증상이 찾아왔습니다. 여성 호르몬이 줄면서 뼈와 관절에도 영향이 오는 것입니다. 어릴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아궁이에 불을 때며 늘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고 사셨습니다. 그 원적외선 온기가 자궁 건강에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현대의 가스나 전기 생활이 훨씬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편리해진 대신 잃어버린 것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관리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석류가 근종을 키운다", "두유가 근종을 녹인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제 경험상 특정 음식 하나가 근종을 없애거나 키운다는 건 과장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걷기나 수영 같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생리량이 많다면 철분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 이 기본이 결국 가장 오래 효과가 남는 관리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치료 방식은 근종의 위치와 크기, 임신 계획에 따라 달라지며, 특정 음식보다는 정기 검진과 기본 생활습관 관리가 장기적으로 가장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궁근종이 있으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다면 정기적으로 초음파로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생리량이 너무 많거나 빈혈이 생기거나 골반통이 지속된다면 치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 여부는 크기만 보는 게 아니라 위치, 증상 정도, 임신 계획을 함께 고려해서 결정합니다.

 

Q. 폐경이 되면 자궁근종이 저절로 없어지나요?

A.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근종이 작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폐경 이후 질출혈이 새로 생긴다면 자궁근종 때문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자궁내막 이상이나 다른 부인과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산부인과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자궁근종이 있으면 임신이 안 되나요?

A. 많은 분들이 그렇게 걱정하시는데, 근종이 있어도 임신하고 출산하는 여성이 훨씬 많습니다. 다만 자궁강을 변형시키는 점막하근종처럼 위치에 따라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난임이 있는 경우라면 근종 외에 다른 원인도 함께 평가해야 하므로, 근종 하나만 보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Q. 석류나 두유처럼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든 음식은 피해야 하나요?

A. "석류가 근종을 키운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특정 음식 하나가 근종을 없애거나 악화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현재로선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나친 식이 제한보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정 체중 유지가 더 실질적인 관리법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결론

제가 수십 년간 월경과다를 그냥 체질 탓으로 돌렸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비슷한 신호를 흘려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자궁근종은 대부분 양성이고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빈혈과 통증, 일상의 무너짐은 오래 방치할수록 회복이 더뎌집니다. 치료 방식에 정답은 없습니다. 자궁적출술이 맞는 분도 있고, 복강경 수술이나 자궁동맥색전술이 더 나은 선택인 분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인터넷의 민간요법에 시간을 쓰기 전에,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하나 먼저 찍어보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생리량이 갑자기 늘었거나 반복적으로 빈혈 판정을 받는다면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정기 검진, 적정 체중, 꾸준한 운동, 그리고 이상 신호에 대한 빠른 반응이 자궁근종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ACOG — Uterine Fibroids / NICE — Heavy Menstrual Bleeding Guidelines / 의료 잡지·건강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