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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을 낮추려면 특별한 음식 하나만 찾으면 될까요. 저는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친정아버지가 61세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시는 걸 지켜보면서, 그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고혈압 관리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얼마나 줄이느냐'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아버지가 매일 산을 오르셨는데도 뇌경색이 온 이유
친정아버지는 새벽마다 동네 뒷산을 오르셨습니다. 꾸준히 운동하는 분이었으니 건강하실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습니다. 고혈압이 오래 이어지다 당뇨가 생겼고, 61세에 뇌경색이 왔습니다. 이후 17년을 편찮으시다 요양원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운동만으로는 부족했던 겁니다.
제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운동보다 먼저 잡아야 하는 게 식사였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음식을 좋아하셨고, 가난하셨기 때문에 영양을 따지기보다 있는 대로 드셨습니다. 국물이 많은 찌개, 짠 젓갈, 짬뽕 같은 음식이 식탁에 자주 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식사들이 조금씩 혈압을 올려놓았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짠 음식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소금을 덜 뿌리면 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문제는 국물입니다. 된장찌개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1,000mg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2,000mg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출처: WHO), 국 한 그릇에 하루 권장량의 절반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나트륨(sodium)이란 소금의 주성분으로, 체내에서 수분을 잡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나트륨이 많으면 혈액 속 수분이 늘어나고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 즉 혈압이 올라갑니다. 아버지가 드셨던 국물 중심의 식사가 수십 년간 혈관에 부담을 주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반대로 칼륨(potassium)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영양소입니다. 칼륨이 나트륨의 길항제(拮抗劑)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길항제란 어떤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반대로 작용하는 성분을 가리킵니다. 시금치, 바나나, 검은콩, 고등어 같은 식품에 칼륨이 풍부합니다. 아버지가 국물 대신 이런 음식들을 충분히 드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자주 합니다.
- 나트륨: 하루 2,000mg 이하 권고 (WHO 기준) — 국물 한 그릇으로 절반 이상 소진 가능
- 칼륨: 나트륨 배출을 돕는 영양소 — 시금치·바나나·콩류·생선에 풍부
- 식이섬유(dietary fiber): 장 건강과 심혈관 건강 모두에 기여 — 통곡물·채소·콩류에 많음
- 오메가-3 지방산: 고등어·연어·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에 풍부, 혈관 건강에 도움
- 포화지방(saturated fat):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에 많으며, 혈관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음
혈압 수치, 한 번 높게 나왔다고 겁낼 필요 없는 이유
저는 BMI 수치가 28입니다. BMI(체질량지수, Body Mass Index)란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체중이 건강 범위에 있는지 가늠하는 기준입니다.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합니다. 솔직히 이 숫자를 알면서도 식습관을 바꾸지 못해 속이 많이 상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 체중을 10kg만 줄여도 혈압이 눈에 띄게 내려간다는 사실입니다.
혈압 수치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한 번 높게 나왔다고 바로 고혈압이라고 단정 짓는 건 옳지 않습니다. 수축기 혈압(systolic blood pressure)이란 심장이 수축하며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이고, 이완기 혈압(diastolic blood pressure)이란 심장이 다음 박동을 준비하며 이완될 때의 압력입니다. 이 두 수치가 반복적으로 높을 때 의미가 생깁니다.
대한고혈압학회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이 140/90mmHg 이상이 반복될 때 고혈압으로 분류하며, 가정에서는 135/85mmHg 이상이 반복될 경우 고혈압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일반적으로 가정혈압은 병원혈압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 차이를 모르면 집에서 잰 수치를 보고 괜찮다고 방심하기 쉽습니다.
혈압을 정확하게 재는 방법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커피를 마신 직후, 운동 직후, 담배를 피운 직후에는 평소보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테스트해봤는데, 커피 한 잔 마신 직후와 30분 안정 후 측정값이 꽤 다르게 나왔습니다. 상완형 혈압계, 즉 손목이 아니라 팔 윗부분에 커프를 감는 방식의 혈압계가 일반적으로 더 정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측정할 때는 등을 의자에 기대고, 다리를 꼬지 않고, 팔을 심장 높이에 올린 뒤 5분 정도 안정을 취한 후 1~2분 간격으로 두 번 재는 것이 권장됩니다.
아침과 저녁 혈압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침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 때문입니다. 일주기 리듬이란 우리 몸이 24시간 주기로 각종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내부 시계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전날 짠 음식을 많이 먹었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아침 혈압이 더 높게 찍힐 수 있습니다. 이걸 모르고 아침마다 높은 숫자를 보며 겁내는 분들이 많은데, 반복 측정 기록을 가지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임의로 혈압약 복용 시간을 바꾸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바나나 매일 먹으면 혈압이 내려가나요?
A. 바나나에 칼륨이 풍부한 건 사실이지만, 바나나 하나가 혈압을 낮춰준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음식 하나보다 나트륨을 줄이고 채소·콩류·통곡물 중심의 식사 패턴 전체가 혈압 관리에 훨씬 큰 영향을 줍니다. 바나나는 그 식단의 한 부분으로 역할을 합니다.
Q. 집에서 혈압 쟀는데 140이 넘었어요. 바로 병원 가야 하나요?
A. 한 번 높게 나왔다고 바로 고혈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측정 전 카페인 섭취, 운동, 긴장 상태 등 여러 요인이 수치에 영향을 줍니다. 며칠에 걸쳐 아침·저녁 일정한 조건에서 측정한 기록을 가지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다만 180/120mmHg 이상이 반복되거나 두통·흉통·시야 이상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즉시 의료 평가가 필요합니다.
Q. 혈압약 먹으면서 음식 조절도 꼭 해야 하나요?
A. 혈압약은 혈압을 조절하는 도구이지, 식습관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약을 복용하더라도 나트륨 섭취가 많으면 약 효과가 줄어들 수 있고, 체중이 늘어나면 필요한 약의 용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식사 조절 없이 약만 믿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비슷합니다.
Q. 아침 혈압이 유독 높은데 약을 아침에 먹어야 할까요?
A. 아침 혈압이 반복적으로 높다면, 복용 시간을 임의로 바꾸기보다 측정 기록을 가지고 담당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혈압약의 복용 시간은 약의 종류와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르게 처방되기 때문에, 자가 판단으로 바꾸면 오히려 혈압 조절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결론
아버지를 보내고 나서 제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였다면, 고혈압이 뇌경색으로 이어지기 전에 뭔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아쉬움이 지금 저를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BMI 28인 채로 이 글을 씁니다. 10kg을 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다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혈압 관리는 기적의 음식 하나를 찾는 게 아닙니다. 국물을 줄이고, 채소와 콩류를 꾸준히 챙기고, 아침저녁 혈압을 일정한 조건에서 기록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 전부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에, 저도 오늘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참고: WHO 나트륨 섭취 권고 기준 / 대한고혈압학회 / 건강잡지 및 필자 경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