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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 높게 나온 거겠지" 하고 넘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병원에서 150이 나왔을 때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친정아버지께서 고혈압에서 시작해 당뇨, 뇌경색으로 이어지는 17년의 투병 끝에 돌아가신 과정을 지켜본 저로서는, 이 숫자를 절대 가볍게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혈압이 왜 높아지는지, 어떻게 낮출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제 응급으로 봐야 하는지를 제가 직접 공부하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혈압이 높아지는 진짜 원인 분석
"혈압이 높으면 짜게 먹어서 아닌가요?" 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혈압을 올리는 메커니즘은 훨씬 복잡합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혈압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올라갑니다. 첫 번째는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입니다. 동맥경화나 콜레스테롤 축적, 흡연, 당뇨 등이 혈관 벽을 두껍게 만들고 탄력을 떨어뜨립니다. 같은 양의 혈액이 좁아진 통로를 지나가려면 당연히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수축기 혈압, 즉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의 압력이 올라가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두 번째는 혈액량 자체가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기관이 신장(콩팥)입니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고, 몸은 이 농도를 맞추기 위해 수분을 더 붙잡습니다. 결국 혈액량이 늘고 혈압이 오릅니다. 아버지께서 식탐이 강하셨고 짠 음식을 즐기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혈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걸 알게 됩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시스템이 있습니다. 바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AAS)입니다. 여기서 RAAS란 신장이 혈압 변화를 감지하고 호르몬을 통해 혈압을 조절하는 자동 제어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혈압이 떨어지면 신장에서 레닌이 분비되고, 이것이 안지오텐신 II로 바뀌면서 혈관을 수축시키고 나트륨 보유를 늘려 혈압을 올립니다. 현재 처방되는 고혈압 치료제 중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나 ACE 억제제가 바로 이 경로를 막는 약들입니다. 쉽게 말해 몸이 혈압을 올리려는 신호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 혈관 협착: 동맥경화, 흡연, 당뇨, 고콜레스테롤로 혈관 탄력 저하
- 혈액량 증가: 과다한 나트륨 섭취 → 신장의 수분 보유 증가
- RAAS 과활성: 호르몬 시스템이 혈관 수축과 나트륨 보유를 동시에 촉진
- 교감신경 활성화: 스트레스·긴장 → 아드레날린 분비 → 심박수·혈관 수축 증가
원인분석으로 본 생활습관 개선법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말이 늘 뻔하게 들리는 이유는, 왜 그래야 하는지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인을 알면 뭘 바꿔야 할지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제가 직접 바꿔보면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보겠습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우리나라 식단에서 나트륨의 주범은 국물입니다. 한국영양학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2,000mg)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출처: WHO). 저는 요즘 국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밀가루 음식과 빵도 끊었습니다. 밀가루 가공식품에 나트륨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입니다.
체중 관리와 유산소 운동도 병행해야 합니다. 과체중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만성적으로 활성화되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지면서 혈압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뿐 아니라 혈압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저도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지금 가장 큰 숙제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하루 30분 빠르게 걷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수면무호흡증도 혈압과 직접 연관이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잠을 자는 동안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혀 호흡이 일시 정지되는 상태를 말하며, 이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반복 활성화되어 혈압이 올라갑니다.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치료받지 않은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고혈압 유병률은 일반인의 2배 이상입니다(출처: 대한수면학회). 코를 심하게 골거나 아침마다 피로한 분이라면 이 부분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혈압약, 먹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혈압약을 처방받고도 "약에 의존하면 안 된다"며 임의로 끊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버지도 그런 경향이 있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었는지 너무도 잘 압니다.
고혈압 치료의 목적은 혈압 숫자를 낮추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높은 압력이 혈관에 오랫동안 가해지면 혈관 벽이 손상되고, 이것이 뇌졸중, 심근경색, 만성콩팥병, 망막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아버지의 경우 고혈압이 당뇨로 이어지고, 당뇨 치료 과정에서 신장 기능이 악화되어 결국 요양병원에서 3년을 보내다 돌아가셨습니다. 혈압 한 가지를 일찍 잡았다면 그 연쇄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금도 합니다.
혈압약의 종류를 간단히 짚어두면, ACE 억제제와 ARB는 앞서 설명한 RAAS 시스템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칼슘통로차단제(CCB)는 혈관 평활근의 수축을 직접 막아 혈관을 이완시킵니다. 이뇨제는 신장에서 나트륨과 수분 배출을 늘려 혈액량 자체를 줄입니다. 베타차단제는 심박수와 심장 수축력을 낮춥니다. 각각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먹는 약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제 경우엔 병원에서 혈압이 150 가까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집에서 재면 정상 수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백의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백의 고혈압이란 병원 환경에서만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의료진을 보면 긴장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것이 원인입니다. 이런 경우 가정에서 며칠 동안 측정한 기록을 가져가면 의료진과 훨씬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응급증상, 이것만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혈압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응급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정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때는 절대 "좀 쉬면 되겠지"라고 넘겨선 안 됩니다. 제가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당시 우리 가족이 아버지의 증상을 너무 늦게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AI도, 스마트폰도 지금처럼 없던 시절이었고, 어디에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면 달랐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수축기 혈압이 180mm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120mmHg 이상으로 측정되면서 아래 증상 중 하나라도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의료기관으로 가야 합니다.
-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또는 의식 변화
- 한쪽 팔·다리 마비 또는 갑작스러운 감각 이상
-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뭉개지는 경우
- 갑작스러운 시야 이상 또는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경우
- 심한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반대로 수치는 높더라도 이런 증상이 없다면 5분 정도 안정을 취하고 올바른 자세로 다시 측정해야 합니다. 혈압 측정 시에는 5분 이상 앉아 쉰 뒤, 등을 기대고 발을 바닥에 붙이고, 팔을 심장 높이에 두고 측정해야 합니다. 측정 중 말하거나 다리를 꼬면 수치가 올라갑니다. 저도 전북대 병원에서 재면 긴장해서 수치가 올라간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며칠 연속으로 기록해 가져가는 편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AI에게 증상을 입력하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까지 빠르게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정보를 몰라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은 이제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오는데 치료가 필요한가요?
A. 이런 경우를 백의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병원 환경에서 교감신경이 자극되면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르는 현상입니다. 집에서 며칠간 아침저녁으로 측정한 기록을 가져가면 의료진이 훨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도 반복적으로 높게 나온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Q. 혈압약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본태성 고혈압의 경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이 정상화되면 의사와 상의해 감량 또는 중단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결정은 반드시 의료진과 함께 해야 합니다. 임의로 끊으면 혈압이 급격히 올라 뇌졸중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Q. 총콜레스테롤이 220인데 고혈압에 영향을 주나요?
A. 총콜레스테롤 220은 경계 수치에 가깝습니다. 콜레스테롤 자체가 혈압을 직접 올리지는 않지만, 동맥경화를 통해 혈관을 좁히면서 장기적으로 혈압 상승에 기여합니다. 고밀도콜레스테롤(HDL)이 76으로 높은 것은 유리한 요소이지만,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수치도 함께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고혈압이 있으면 당뇨도 생기나요?
A. 고혈압과 당뇨는 인슐린 저항성, 비만, 만성 염증 같은 공통 위험요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이 당뇨를 직접 유발하지는 않지만, 두 질환을 동시에 방치하면 신장과 혈관에 가해지는 손상이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아버지가 겪으신 경과가 바로 이 경우였습니다.
결론
지난 주 전북대병원 혈액검사에서 중성지방 87, 고밀도콜레스테롤 76, 혈당 86이 나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결과에 안심하기보다는, 이 수치를 유지하려면 지금의 생활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다짐을 더 강하게 하게 됩니다. 밀가루와 빵, 국수를 줄이고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이 저한테는 꽤 효과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먹는 것을 참는 고통이 크다는 것도 잘 압니다. 아버지를 보면서 그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혈압은 한 번 높게 나왔다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방법으로 며칠 반복 측정하고 장기적으로 기록하며 관리해야 합니다.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으셨다면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담당 의료진과 치료 방향을 조율해 가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저처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참고: WHO 나트륨 섭취 가이드라인 / 대한수면학회 / 건강잡지, 필자 경험

